
최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 사업자 100명 중 9명이 문을 닫았다는 뜻이다. 자영업이 전체 취업 시장의 약 20%를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단순한 업종별 현상이라기보다 우리 경제 전반에 던지는 경고 신호다.
많은 사람이 자영업을 꿈꾼다. 특히 월급쟁이에게 ‘사장’이 되는 일은 경제적 독립뿐 아니라 사회적 자존감을 얻는 방법으로 여겨진다. 진입 장벽이 낮은 프랜차이즈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충분한 준비 없이 뛰어든 자영업은 통계가 보여주듯 대부분 실패로 끝난다.
폐업 원인은 다양하지만, 단순한 경기 침체나 고금리, 고물가 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바로 임대료, 권리금, 보증금 반환 문제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도 자영업자들은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최근 상담 사례를 보면, 예전에는 장사가 잘되는데 쫓겨나지 않기 위한 문의가 많았지만, 지금은 경기가 좋지 않아 스스로 문을 닫으려 해도 보증금 문제 때문에 쉽지 않다는 고민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소비쿠폰, 채무조정, 금리 인하 등 정책을 내놓는다. 분명 단기적인 숨통을 트이게 해주는 효과는 있다. 그러나 이 정책들이 자영업자의 지속가능한 성장까지 보장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임대료와 권리금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상가 임대차 구조 개선의 필요성
자영업자가 안정적으로 장사를 이어가려면 임대료 부담 완화가 핵심이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임대료 분담’ 아이디어는 정부, 임대인, 금융기관이 손실을 함께 나누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재산권 침해 우려로 입법화에는 실패했다.
그 대신 최근 부가가치세 부과 방식 개편 등 실질적 부담 완화를 위한 제도적 아이디어가 주목받고 있다. 매출이 아니라 순이익 기준으로 부과하거나, 인건비를 공제 항목에 포함시키는 방식은 자영업자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자영업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일정 요건을 갖춘 임차인은 계약갱신요구권, 권리금 회수 기회, 임대료 인상 제한 등의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계약갱신요구권은 최대 10년까지 보장되며, 임대료 증액은 연 5%로 제한된다. 또한 사업자등록과 점유를 통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확보하면, 건물 경매 시에도 보증금을 우선 변제받을 수 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의 핵심
2025년 3월 1일부터 시행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은 기존 법의 큰 틀을 유지하면서도, 분쟁조정 절차와 행정명칭을 최신화한 것이 특징이다.
분쟁조정위원회 권한 확대: 공인중개사의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 분쟁을 60일 내 조정 완료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를 통해 조정 신속성을 높여 피해 회복을 지원한다.
행정 명확성 개선: 강원특별자치도, 전북특별자치도 등 최신 행정구역 명칭을 반영해 처리 오류와 혼동을 줄였다.
관리비·부대비용 명시 강화: 표준계약서 개정으로, 관리비 월 10만 원 이상일 경우 항목별 기재를 의무화했다. 이는 임대료 외 부대비용 편법 인상을 막는 장치다.
이번 개정안의 장점은 명확하다. 분쟁이 발생하면 조정 절차를 통해 피해를 신속하게 회복할 수 있고, 계약서 작성 시 행정적 오류를 줄일 수 있다. 또한 관리비·부대비용 산출 근거가 명확해져 임대인과 임차인 간 분쟁 예방 효과가 기대된다.
하지만 한계도 있다. 핵심 조항인 환산보증금 상한, 임대료 연 5% 인상 제한, 계약갱신요구권 등은 기존과 동일하다. 따라서 기준 초과 계약에는 여전히 법 적용이 제한된다. 또한 60일 조정 기한이 실제 행정 지연을 방지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단기 처방과 구조개혁의 조화
자영업 대책은 단기적·구조적 접근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소비쿠폰과 채무조정은 당장 자영업자의 숨통을 트이게 해주지만, 근본적 부담은 여전히 남는다. 상가임대차보호법과 시행령 개정안은 제도적 안전망을 강화하는 조치지만, 임대료 부담 완화와 권리금 회수 문제를 모두 해결하지는 못한다.
장기적으로는 세제 개편과 노동시장 다변화, 자영업 의존도 축소까지 고려해야 한다. 매출이 아니라 순이익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고, 인건비를 공제하며, 업종과 규모를 고려한 최저임금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안정적 일자리를 제공해 ‘마지막 선택지’로서 자영업을 택하지 않도록 하는 정책도 병행해야 한다.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보완 입법 필요
자영업자 위기는 단순한 경기 문제나 일시적 지원으로 해결될 수 없다. 구조적 문제와 제도적 한계를 동시에 풀어야 한다. 소비쿠폰과 채무조정은 단기적 숨고르기용일 뿐, 진짜 대안은 임대료·세금·노동시장 구조 개혁이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은 그 일부를 개선한 사례지만, 법적 보호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보완 입법이 뒤따라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정책과 법을 단순히 아는 것이 아니라, 실무에서 어떻게 활용하고 적용할지 전략적으로 고민하는 것이다. 자영업자의 안정적 생존과 지속가능한 성장은 그렇게 시작될 수 있다.







